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이런 날도 오는군요. 이제 두 번 다시 일체형 수냉쿨러는 쓰지 않을 것 입니다. 생각보다 유지보수가 힘든 쿨러였습니다. 게다가 완전 좋은 고가품이 아닌 이상은 누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것도 복불복이겠지만 확실한건 고장날 시 특히나 누수 시 다른 주변기기들까지 같이 고장을 낼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공랭식(공냉식)이 훨씬 안전하고 저렴하며 관리하기가 편리합니다.


수냉쿨러에서 이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무슨 성분일까?

보통 냉각수라고 하는데 이 성분이 궁금했습니다. 실물로 보니까 약간 노르스름한 투명 액체였습니다. 마치 식용유와 비슷하다 해야하나요? 알아본 결과 자동차 냉각수와 성분이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흔히 물이 들어간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보통 일반적인 물은 라디에이터의 내부에서 부식을 일으키게 됩니다. 물 속에 들어있는 여러가지 불순물들이 원인 이지요. 자전거도 비 많이 맞고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이런 수냉쿨러에 들어가는 액체는 부식되지 않는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동액 또한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부동액은 구리나 알루미늄, 아연, 플라스틱, 비닐 등의 성분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냉각수가 메인보드의 여러가지 단자를 침수시키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대응이 다양했습니다. 최대한 말려라, 드라이기를 써서 빨리 말려야 한다, 자연 건조를 시켜라, 알콜로 세척해라 등등등 입니다. 사실 저렇게 다 해보면 아마 다 되긴 할 겁니다. 아! 그 전에 먼저 누수가 되서 쇼트로 인해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거나 하면 이건 상황이 다릅니다. 이미 하드웨어적 충격으로 고장이 난 것이기에 제 아무리 누수된 수냉쿨러 냉각수를 닦아낸다 하더라도 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쇼트나 기타 다른 원인에 의한 고장이 나기 전 누수 상황으로만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예전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일을 할 때의 경험을 살려서 한번 이번에도 통하는지 실험을 강행합니다. 어차피 모아니면 도니까요. 게다가 이 쿨러는 중국직구 버전이라 보상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무조건 메인보드와 기타 오염된 장치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 이었습니다.


CPU 온도가 아이들 (PC에서 아무것도 작업 하지 않고 그냥 전원만 들어오고 있는 상황) 상태에서도 90도를 넘어버려서 이건 쿨러 문제겠구나 싶어서 본체를 일단 거실로 가지고 왔는데 바닥에 왠 참기름 같은게 뚝 하고 떨어집니다. 이게 뭘까 싶어서 본체를 열었습니다.


어럽쇼? 저게 뭐시다냐? 뭔가 흘러내려온 자국이 보입니다.


아... 수냉쿨러 누수가 맞았습니다. 저기 빨간색 표시 부분 보시면 냉각수가 흘러 나왔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본체를 세워두었으니 파란색 화살표 쪽으로 누수액이 흘러 내려갔을 거구요. 이미 M.2 SSD도 당했습니다. 근데 인식은 잘 되었단 말이죠? 일단 분해를 해봐야겠습니다.


아이씨.... M.2 두번째 단자까지 흘러내려왔습니다. 혹시 이래서 옵테인 메모리가 인식이 안 되었던 걸까요? 큰일이네요. 옵테인 메모리 AS 보냈는데... 일단 보낸건 보낸거고 급한 불 부터 꺼야합니다.


M.2 SSD에도 소량 묻어있습니다. 다행히 단자 부분은 멀쩡했습니다. 이래서 인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래픽카드는 완전 헬이네요. 단자 부분이 싹 다 침수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작동이 되다니?! 부식되지 않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도성이 제로에 가까운 액체임은 분명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다 침수가 되었는데도 컴퓨터가 동작한 걸 보면 말입니다. 아직 희망은 있는 샘 입니다. 누수된 냉각수만 완벽하게 제거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원흉은 바로 이 녀석! 이제 절대 수냉쿨러는 안 쓸겁니다. 분해해서 확인해보니 누수의 흔적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이제 메인보드를 분해하고 세척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우개만 있으면 단자는 깨끗하게 청소 가능!

먼저 누수된 부분을 거즈나 휴지로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그리고 지우개로 단자를 조심스럽게 문질러 줍니다. 아까 거무스름했던 부분도 살살살 여러번 문질러 줍니다. 너무 힘 줘서 하게되면 핀 부분이 뜯어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살살 해도 잘 닦입니다.


보세요. 깨끗하죠?


이렇게 말끔하게 청소되는걸 보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왠지 통쾌합니다. 그래픽카드는 끝! 이제 메인보드 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너만 믿는다!

부랴부랴 약국으로 달려가서 소독용 에탄올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이게 저의 메인보드를 구해낼 것 입니다. 그리고 안쓰는 칫솔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꼭 칫솔이 아니어도 됩니다. 뭔가 구석구석 세척이 가능한 모가 뻣뻣한 브러시만 있으면 됩니다. PCI 단자 안쪽을 세척하기 위해서 브러시를 쓸 겁니다.


알코올을 붓고 브러시로 세척하는 장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작업에 열중하다보니 깜박하고 못 찍었습니다. (대단히 죄송) 설명을 드리자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알코올을 뚜껑에 소량 덜어냅니다. 그리고 뚜껑에 담긴 알코올을 PCI 단자, 그리고 침수된 부분에 조금씩 붓습니다. 너무 많이 붓지는 마세요. 그리고나서 솔(브러시)로 잘 휘저어 문질러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마치 양치하듯 하시면 됩니다. 알코올 성분이라 빨리 증발되는걸 이용하는 겁니다.


실제로 삼성서비스센터에서도 이런 식으로 침수된 메인보드들을 살려낸 경험이 있습니다. 여름철에 노트북 침수건이 많이 접수되곤 합니다. 그러면 분해해서 메인보드를 살펴보고 아직 부식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위에 설명드린 방법으로 메인보드 세척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선행조건이 침수된걸 사용자가 알고 절대 전원 버튼을 누른 적이 없어야 합니다. 이건 서두에서도 말씀 드린 부분이죠? 전기가 들어가서 쇼트가 나서 고장나면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세척하고 빠른 건조를 위해서 선풍기를 틀어줬습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싶어서 드라이기로 PCI 안쪽을 집중 공략 했습니다. 이때 뜨거운 공기로 하지 마세요. 찬 공기 모드로 건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PCI나 기타 단자 안쪽까지 침수된 흔적이 없다고 한다면 굳이 이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됩니다. 참고로 PCI 단자 안쪽에도 일부러 알코올을 조금 부어서 건조시키는 중 입니다. 그래야 더 완벽하고 빠르게 증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과 냉각수가 섞여서 같이 증발됩니다.


이거 메인보드 수동으로 말리는데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수냉쿨러 잘 못 만나서 진짜 이게 뭔 고생인지... 정말 다시는 안 살겁니다. 주변에 수냉쿨러 산다는 사람 있으면 서버급으로 오버클럭해서 24시간 돌리는거 아니면 그냥 공냉식으로 사라고 적극 권유할 것 입니다.


다 말리고나서 새로 구매한 케이스 + CPU 쿨러로 조립을 완료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전원을 넣은 모습입니다. 아! 너무 이쁩니다! 특히 CPU쿨러 너무 영롱한 모습입니다. 앗?!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본체 앞에 있는 3개의 쿨러 중 가장 아래 쿨러가 불량 입니다. 작동 시키자마자 어디 걸리는 소리가 나더니 팬 날개 하나가 뚝 하고 부러졌습니다. 전원선을 바로 빼버렸습니다. 그래서 동작이 안 되고 있는 모습 입니다. 급한대로 수냉쿨러 라디에이터에 장착되어있던 4핀짜리 쿨러로 바꿨습니다. 쿨러와 케이스의 정보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메인보드 POST 과정도 이상 없고, 현재 CPU 온도도 정상 수치입니다. 시스템 팬 모두 잘 동작하고 있습니다. 아주 뿌듯합니다. 앞으로 수냉쿨러는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수냉 쿨러에서 사용하는 액체 성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누수가 되어도 해당 성분이 불순물이나 부식이 되지 않는 것이어서 당장 쇼트가 발생되지는 않는다는 것, 수냉쿨러 AS 내용 중에서 누수시 책임 보상 정책에 대한것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 등등등 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제가 운이 좋았던 케이스일 겁니다. 수냉쿨러 사고 후기들을 보니까 터지고 쇼트나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어쩌면 제가 사용했던 수냉쿨러의 냉각수가 누수시 다른 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아~주 품질 좋은 성분이었을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운이 좋았던건 분명합니다. 메인보드에 수냉쿨러 누수가 발생해서 일부가 침수되면 이 글에서 소개해드린 방법으로 조치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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