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때는 바야흐로 2023년 3월 3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저는 낮밤이 바뀐 삶을 살고 있는 돈 버는 백수입니다. 아시죠? 이 날은 유난히 새가 크게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잠에서 깼지요. 그때 시간은 약 오전 11시였을 겁니다.

 

'오늘따라 뭔 새가 저렇게 우렁차게 지껄이는가...?'

 

잠에서 막 깼기 때문에 다시 잠을 정했습니다. 보통 제가 일어나는 시간은 약 오후 1시쯤 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새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깹니다. 시각은 약 오후 12시 반 즈음이었습니다.

 

'되게 가까이에서 우는구나. 쟤는 어디 안 가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 순간! 새 울음 소리가 끝난 바로 직후 이 소리도 들려옵니다.

 

「부스럭!」

 

부스럭?! 새 울음 뒤에 부스럭은 대체 뭔 경우일까요? 이때부터 급 호기심이 생깁니다. 잠에서 막 깬 상황이라 일단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상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부스럭은 봉지 소리입니다. 새 곁에 봉지가 있을리는 난무합니다. 그리고 새 울음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옳거니! 상황 정리는 끝났습니다. 아마도 저 새는 제가 거주하는 빌라 복도에 들어와 갇힌 것 같습니다. 갇혀서 못 나가는 상황인 듯 했습니다. 옥상 가는 길목에 분리수거가 되어있고 거기에 잔뜩 봉지들이 쌓여있거든요. 필히 그곳에서 발생하는 소리로 추정되었습니다. 울음 소리가 컸던 이유도 복도에서 울었기에 소리가 증폭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생각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러 나가야겠지요? 대충 겉옷을 둘러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그 찰나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갈지 말지 겁나 고민이었습니다. 솔직히 새가 있다면 그냥 보내주면 되는 일이라 굳이 스마트폰까지 싸들고 가서 찍자니 무슨 콘텐츠를 못 만들고 사망한 귀신이 붙었나 싶었죠. 스스로에게요. 귀찮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복도에서 녀석을 마주하게 됩니다. 비둘기도 아니었고 참새도 아니었습니다. 크기는 비둘기보다는 조금 작았고 부리는 딱따구리같은 뾰족한 주둥이의 소유자였습니다. 새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마 분명 딱 보고 무슨 새라는걸 금새 파악하셨을겁니다. 허나 제 눈에는 그저 다 새로 통합관리되어 보일 뿐이죠. 기껏해야 까치, 참새, 비둘기, 오리 정도의 구별이죠. 아무튼 예상대로 녀석은 나가지 못해서 복도에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다 저 녀석이 이곳에 갇혔을꼬...'

 

꽤나 오래 갇혀있었을거라 예상하고 손으로 잡으려는데 ...야생의 새가 제 손아귀에 잡힐리가 없습니다. 구출하려는 저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줄리가 없어요. 당연한 것입니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군요. 그래서 최대한 옥상 문을 활짝 열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를 했습니다. 가까스로 녀석은 옥상문을 통해 드디어 드넓은 바깥 세상으로 유유히 날아갔습니다. 위기에서 구출했다고 생각하니 뭔가 뿌듯함이 몰려옵니다. 이로서 지난번 까치에 쫒기던 앵무새 이후로 두 번째 구출입니다.

 

까치에게 쫒기던 앵무새의 사진. 귀여웠다.

참고로 저 앵무새는 앵무새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서 무사히 주인분에게 연락이 닿아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녀석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급 후회가 됩니다.

 

'사진으로 어떻게든 남겨놨어야 했는데...'

 

어떤 새였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려면 사진이 있으면 참 좋겠지요? 또한 새로운 경험담이 되니 이건 곧 콘텐츠 글감이 됩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작성하는 것처럼요. 허나 사진이 있어야 진짜 경험인지 신뢰도가 상승하지 않겠습니까? 말로는 누구라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후회가 됩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10분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스마트폰 그거 들고 가는게 뭐 그리 귀찮고 힘들다고 이핑계 저핑계를 댔던것인지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그렇게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누가 뭐라해도 무조건 사진을 찍어두겠다고요. 나중에 글로 작성하던 안 하던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일단은 무조건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두는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스마트폰 카메라 사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찍어둘 수 있으니까요. 필요 없으면 지우면 그만입니다. 허나 찍어두지 않으면 정작 사용하고자 할 때, 필요한 상황이 올 때 난감하게 될 것입니다. 제 경우처럼요. 이제부터는 무조건 찍을 것입니다. 잠시 우리집 빌라에 갇혀 목 놓아 울었던 새 덕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군요. 그 새는 건강히 잘 서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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