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20대 초반에 만났던 아이폰 3GS는 그야말로 독불장군 이미지였습니다. 자사 정품 악세서리만 인식하고 나머지 브랜드는 싹 다 인식을 안 했죠. 그야말로 자신이 인증한 지인만 알고 지내고 타인은 깡그리 무시하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가장 안전한 수단이지만 이렇게되면 융통성이라고는 1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런 고집불통 애플 친구는 슬슬 대인관계가 넓어졌습니다. 대인... 관계가 아니군요. 대제관계라고 해야겠습니다. 대제(품)관계라는 뜻입니다. 기기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스티븐 잡스가 사망하고 팀쿡이 CEO를 잡으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 듯 합니다. iOS의 분위기도 확 바뀌고 이후에 위젯도 추가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변화가 가속화 되었습니다. 잡스씨가 살아있었다면 뒷 목 잡고 쓰러질 일이었죠. 잡스의 경영 방식은 자사 브랜드의 유니크화였을텐데 팀쿡은 대중화에 좀 더 포커스를 두는 느낌입니다. 아마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절대 C타입 인터페이스를 자사 디바이스에 도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까칠한 성격으로 엔지니어들을 구워 삶아서 아마 C타입 그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라이팅 커넥터를 개발시키지 않았을까 싶어요. 허나 팀쿡은 C타입 시장이 매우 커져있으니 자사 제품들도 여기에 녹여내어 매출을 극대화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팀 쿡 쪽이 제 취향입니다. (껄껄)

 

아이패드프로 5세대를 사용중입니다. 5세대는 C타입 인터페이스입니다. 여기에 중소기업 브랜드의 C타입 허브 어댑터를 연결해 보았습니다. 예전의 애플이었다면 애플 정품 디바이스가 아니라는 안내 메세지가 떴을겁니다. 허나 지금은 iOS가 성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폭 넓은 대인관계를 키워나가겠다는게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연결을 했는데도 아무런 안내메시지가 뜨지 않아요. 최근 애플 기기를 처음 접하신 분들이라면 이게 당연한 결과겠지만 과거 애플제품을 써봤던 제 입장에서는 정말 놀라운 변화죠.

 

아이패드로 이모티콘 작업을 하는데 최근에 클립스튜디오로 프로그램을 넘어왔습니다. 이모티콘 작업은 프로크리에이트보다 클립스튜디오가 훨씬 편하다는걸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클튜(클립스튜디오 줄임말)를 빠르게 사용하려면 키보드는 거의 필수입니다. 단축키로 작업하는게 훨씬 빠르고 쾌적해서 좋거든요. 작업 능률도 많이 오르고요. 그래서 K68 텐키리스 키보드를 구매한 것입니다. 이모티콘 작업에는 텍스트도 이따금씩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타이핑하기에도 용이합니다.

 

'혹시 K68 키보드가 아이패드에서도 2.4GHz로 동작할까?'

 

이 부분의 호기심이 발동해 C타입 허브를 아이패드프로에 연결해서 바로 테스트했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인식합니다. 위의 움짤은 블루투스 연결이 아닙니다. USB 허브를 사용한 RF 방식 연결입니다. 이 순간 K68 키보드의 호환 여부보다도 애플 제품의 대제관계에 대해 크게 실감했습니다. 성격이 진짜 좋아지고 여러 제품과 친해진 녀석의 최근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거죠. 한편으론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이제 애플 제품들은 현존하는 타사 제품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한 준비가 끝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애플의 모습이 개인적으로 흡족하다는 것입니다. 독불장군 디바이스보다는 당연히 여러 제품들과 친한 녀석이 좋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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