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이 장치와의 인연은 중학교 3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친구 때문에 컴퓨터를 구매하게되고 이 친구 때문에 PC 조립부터 포맷하는 방법까지 알알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친구 때문에 CD를 구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오늘날의 제가 이렇게 티스토리를 운영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친구 때문인 것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지만 언젠가 만나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지는군요.

 

제 첫 컴퓨터에도 CD롬이 있었습니다. ODD 장치라고 하죠. Optical Disk Drive의 약자로 광학 디스크 장치라고 해석합니다. CD롬은 배속이라는게 있는데 최대 52배속까지 출몰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이 이상 배속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아날로그 디스크의 한계죠. HDD도 SSD에 밀려버린 이유가 딱 이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52배속 CD (출처 : 언스플래시)

왜 52배속 이상이 나오지 않았느냐... 라기보다는 정확하게는 못 나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배속은 결국 회전속도와 직결되는데 물리적으로 52배속 이상 돌려버리면 CD가 이 회전속도의 원심력을 버티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이상은 나오지 못했던 것입니다.

 

2배속 CD-Writer

아무튼 친구녀석이 가지고 있던건 그때당시 소니에서 출시한 2배속짜리 CD-Writer였습니다. CD굽기라고 불렀었죠. CD를 구을수 있다는건 정말이지 저때에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1.44MB짜리 디스켓에 대해 추억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CD는 한 장에 무려 최대 700MB입니다. 양면을 쓰는 CD 제외하구요. 그야말로 플로피 디스크 대비 용량이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비쌌습니다. 친구녀석도 그때당시 40만원 정도 주고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녀석은 브루주아였어요. 그때의 40만원이면 오늘날 150만원도 훌쩍 넘기는 값어치를 가집니다. 이미지를 찾고 싶어서 구글링을 계속 해봤는데 너무 옛날 제품이라 나오지 않는군요.

 

최대 2배속이기 때문에 700MB짜리에 데이터를 풀로 굽는 경우 기본적으로 1시간은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CD 굽기를 실행하고 친구랑 PC방에 가서 PC방비를 대신 내줬던 기억도 있습니다. 수고비 + CD값인 것이죠. 주로 게임을 구웠습니다. 녀석의 2배속 시디라이터가 참으로 갖고 싶었지만 가난한 저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녀석은 4배속짜리 제품을 새로 구매했습니다. 너무나도 부러웠죠. 그러던 녀석이 저에게 제안을 합니다.

 

"2배속 CD라이터 5만원에 살래?"

 

정말 솔깃했습니다. 정확한 금액이 기억나진 않는데 아마 5만원 맞을겁니다. 그 친구도 제가 돈이 많지 않다는걸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자주 집에 오는게 불편했던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녀석은 매우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급식비를 삥땅쳐서 5만원을 모아 녀석의 2배속 시디라이터를 구매합니다.

 

지금의 ODD는 대부분 SATA 방식일겁니다. 저때에는 IDE라는 구형의 방식인데 속도가 SATA대비 매우 느립니다. 그리고 오디오선도 따로 있어서 총 연결해야 하는 케이블이 3개였죠. 데이터, 오디오, 전원 이렇게 세개입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기존 CD롬 위에 드디어 2배속 CD-Writer가 장착된 모습을 보니 세상 부러울게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저도 이제 당당히 둔산동 전자타운에 가서 공CD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CD는 그 친구랑 같이 구매하러 다녔습니다. 녀석이 자주 가는 단골가게가 있었는데 CD를 굽다가 뻑난 경우는 1:1로 무상 교체가 가능했었습니다.

 

CD 염료

CD는 용량도 다르지만 만들어질때 사용되는 염료도 중요합니다. 값이 저렴한 염료로 제작된 공CD는 굽다가 뻑날 확률도 높고 설령 잘 구워져도 인식률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경우 인식이 되지 않는 사태도 벌어지곤 합니다. 때문에 값이 좀 나가는 공CD는 가격이 비쌌습니다.

 

That's CD-R 로 유명했던 다이오유덴사 공CD 제품 (출처 : 위키백과)

제 금전 사정으로는 이메이션 공CD가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메이션은 중저가형 공CD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 녀석은 다이오유덴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That's CDR 브랜드 공CD를 구매했죠. 고오급 염료로 완성된 CD였습니다. 확실히 이메이션보다 뻑이 덜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친구의 4배속 CD라이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1시간이 훌쩍 넘어가던게 이제는 30~40분 정도에서 완벽히 구워졌습니다. 역시 기술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중고로 구매한 2배속을 알뜰살뜰하게 이용했습니다. 4배속 CD라이터와 다이오유덴 공CD가 만나니 뻑날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자본의 힘이었던 것입니다.

 

CD깎던 녀석

세월은 흘러흘러 중학교에서 벗어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고등학교때는 이걸로 반에서 장사를 했었습니다. 음악CD를 반 학우들에게 돈 받고 구워주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고딩때 CD플레이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음악CD를 구매하면 비싸니 이걸 구워줬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불법활동을 자행한 것입니다. 장당 2천원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D가 개당 몇백원이니까 상당히 남는 장사죠. 이걸로 돈 모아서 PC부품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 이때에는 새로 출시한 CD-Writer도 구매했습니다. 중학교때는 제품이 거의 없었는데 이때 당시에는 LG에서도 CD라이터를 만드는 때였기에 제품 가격이 중학교 대비 상당히 저렴해졌습니다. 지금은 모든것이 추억일 뿐이죠.

 

DVD의 출몰

이후에 DVD라는 녀석이 등장합니다. CD보다 용량이 몇 배 이상 커졌습니다. 사이즈는 같은데 용량이 커졌으니 많은 이목이 집중됩니다. DVD도 ROM이 먼저 출시되었고 이후에 CD처럼 구울 수 있는 Writer 제품이 출시됩니다. 하지만 USB의 출몰 시기와 살짝 맞물려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LiteON사 DVD-RW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DVD-RW는 CD도 구울 수 있습니다. 하위 호환이 가능한 것입니다. 배속도 24배속짜리 제품이 나왔습니다. 읽는게 아니라 쓰기 속도가 최대 24배속이라 친구 녀석의 4배속 대비 6배나 빠른 속도인 것입니다. 물론 친구 녀석도 이 제품을 이용했었습니다. 구경도하고 구워도볼겸 친구 집에 놀러갔었는데 녀석은 24배속짜리 최대 속도로 굽지 않았습니다.

 

"왜 24배속으로 안 구워?"

"뻑나."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론 속도일 뿐, DVD가 구워지다가 뻑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아날로그의 쓰기 기록 방식은 한계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4배속짜리보단 압도적으로 빠르긴 했어요.

 

Blue-Ray RW

블루레이는 영화때문에 알게된 개념입니다. 영화의 영상은 고용량이고 고화질이어야 합니다. 또한 음질도 채널이 여러개가 들어가며 여러가지 사운드의 집합체입니다. 그래서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을 손실없이 원본 그대로 저장하려면 DVD 용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해서 나온것이 블루레이라는 녀석입니다. DVD 대비 용량이 배 이상 늘었으며 수명도, 염료도 모두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블루레이도 처음에는 ROM이 출시되었고 이후에 기록이 가능한 RW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LG 블루레이 라이터 BH16NS55

 

ODD의 몰락

하지만 정~말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USB의 메모리가 이미 대중화가 되어가는 시점이기에 블루레이의 이용률은 크지 않았습니다. 이제 CD를 구워서 들고다니지도 않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물건이 탄생함에 따라서 음악을 스마트폰 하나로 커버하는 세상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CD는 휴대하기 불편하지만 USB는 너무나도 작기에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비용도 저렴하죠. 모든 부분이 ODD 제품 대비 압도적이기에 ODD는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요즘의 조립완제품 PC를 보시면 ODD는 아예 달려있지도 않습니다. USB 단자가 본체 앞에 있느냐가 관건이죠. ODD는 PC부품 사이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ODD를 써보고 싶어질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블루레이를 그냥 한 번 구워보고 싶어서 구매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사용 방법이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이미 USB라는 저장장치에 익숙해져버린 탓인지 적응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그냥 팔아버렸습니다. 아래에 후기글을 남겨두었으니 한번 심심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LG 블루레이 레코더 BH16NS40 개봉기 및 사용방법

 

LG 블루레이 레코더 BH16NS40 개봉기 및 사용방법

CD, DVD, BlueRay 등등의 ODD 제품들을 요즘 잘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없자니 뭔가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요즘 제품들을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드라이버나 번들용 소프트웨어가 CD로 제공되는

rgy0409.tistory.com

ODD는 제게 있어서 참 추억 어린 PC부속 중 하나입니다. 이따금씩 주변 지인들 PC를 봐줄 때 ODD가 탑재된 본체를 볼때면 되게 반갑습니다. 사용 자주 하느냐고 물어보면 한 번도 쓴 적 없다고 할때마다 이런 추억의 썰을 풀어주고 싶어집니다. 이걸로 CD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아주 혼자 신나가지고 흥분해서 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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