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중학교 2학년때였을까요? 3학년때인가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의 첫 PC게임은 전략시뮬레이션 중 하나인 KKND(Krush Kill 'N Destroy)라는 게임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조상벌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가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간간히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싶은 정도였죠. 물론 게임 밸런스는 똥입니다. 업그레이드 모두 완료하고 나오는 후반 유닛만 주구장창 뽑아놓으면 무조건 승리하는 게임이죠. 특히 저격병이 짱입니다. 낮은 생산비용 대비 높은 공격력! 이것만 대량 생산하면 적진을 파괴하는건 시간문제입니다.

 

KKND 플레이 화면 (출처 : 직접 찍음)

이 게임의 총 파일 크기는 대략 50MB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이미지 하나가 몇십메가짜리가 있는 세상이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50MB는 꽤 큰 용량이었습니다. 제 첫 컴퓨터의 C드라이브 HDD 용량은 4.3GB짜리였죠. 이때 당시만 해도 상당한 고용량이었어요. 그러니 50MB짜리 게임은 참 큰 용량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친구집에 있으니 어떻게 집으로 가지고 갈까였습니다. 지금같으면 이메일 파일 전송이라던지 카카오톡같은 SNS로 손쉽게 파일을 송수신할수 있을겁니다. 또는 클라우드에 올려서 공유를 해도 되죠. 하지만 저시기에는 인터넷이 없었습니다. PC통신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1.44MB 플로피 디스크 (출처 : 구글 이미지)

플로피 디스크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USB요? USB가 뭔가요? (허허) 인터넷도 없던 시절인데 USB 메모리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HDD를 분리해서 하드카피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때당시 전 컴맹 수준이어서 그냥 친구가 이걸 여러장 가지고 오라는 말만 했기에 둔산동 전자타운에 방문해서 플로피 디스크를 잔뜩 구매해 가지고 갔던 일만 생각납니다. 아마 50장 정도 구매했을겁니다.

 

플로피 디스크는 HDD 기록 방식과 유사합니다. SSD처럼 디지털 기록이 아닌 아날로그 기록 방식입니다. 따라서 50장 분할압축해서 어렵게 복사해 갔는데 이 중 한 장이라도 뻑이 난 상태면 KKND는 플레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플로피 디스크 한 장당 1.44MB이고 읽고 쓰기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흔히 디스켓이라고 불렀지요. 이걸 컴퓨터에 넣고 있으면 잠시 뒤 로딩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드극! 긱! 드기긱~! 드긱! 긱긱긱!"

 

그야말로 아날로그 데이터 로딩 소리였죠. 복사가 되는 순간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빌었습니다. 제발 멈추지 말라고요. 바(Bar)가 끝까지 100% 차올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디스캣 자채적으로 뻑이 나서 파일이 오류가 난 상태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저장장치들을 사용하고 있노라면 참 컴퓨터 기술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이제 별도의 저장장치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공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의 미래에는 얼마나 향상된 저장장치들이 출시될지 기대가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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