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이것도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꽤 친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군시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았었는데 호주로 어학 연수를 간 이후로 소식이 뚝 끊겨버렸습니다. 와우를 좋아했었고 제게 자꾸 와우를 전도하려고 했던 그 녀석... 생사가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면 꼭 연락 좀 해주십시오.

 

아무튼 중학교시절 그 녀석의 집을 되게 자주갔었습니다. 이유는 컴퓨터! 그 녀석에게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형이 있었습니다. 생김새가 너무 똑닮아서 너무 신기했었는데 말입니다. 그 녀석의 큰형은 늘 PC앞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느날은 컴퓨터로 TV를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컴퓨터로 TV도 볼 수 있구나!'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분과 전혀 친분이 없던 저는 선뜻 말할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방문을 시도하니 그래도 안면은 조금 트였습니다. 그래도 궁금한걸 말 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절 대신해서 친구가 물어봐 줍니다.

 

"형! 이거 TV 어떻게 나오는건지 얘가 궁금하대."

"아, 이거? TV수신카드를 장착해서 그래."

 

그때 난생 처음으로 TV수신카드라는 키워드를 알게 됩니다. 그분의 설명에 의하면 본체에는 다양한 제품이 들어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TV를 나오도록 만들어주는 카드가 있고 그것을 메인보드에 장착해서 방송 케이블만 연결하면 된다고 합니다. 가격은 대략 20만원 정도 주고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비쌌죠.

 

TV수신카드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TV수신카드라고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래픽카드처럼 PCI 단자에 연결하는 방식만 있었는지 지금은 USB 형태의 제품도 꽤 많이 나오는군요. 외장형 카드도 있구요. 가격대는 다양합니다. 완전 저렴하지많은 않습니다.

 

살짝 반짝했던 DMB

TV수신카드 이후로 살짝 DMB 붐이 있었던 시즌이 있습니다. DMB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Brodcasting)의 머릿글을 딴 키워드로 TV 방송 뿐만 아니라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습니다. 구글에 검색해보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DMB 기능은 휴대폰에서도 사용 가능했습니다.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에서 DMB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즉각 자사 단말기에 이 기능을 탑재했죠. 이때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는 대박 기능이라고 아주 난리를 떨었던 기억이 있군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소감은 어떻느냐? 일단 지방에서는 채널을 몇 개 볼 수 없습니다. 그마저도 볼 수 있는 채널은 끊기기 일수였구요. 즉 수신률이 최악이었습니다. 라디오는 잘 들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라디오는 훨씬 이전부터 잘 사용해오던 것이기에 라디오관련 시스템과 주파수만 잡아놓으면 해결되는 문제였으니까요.

 

갑자기 생각납니다. 삼성폰 시리즈였던 애니콜은 안테나가 단말기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DMB를 시청할때는 해당 안테나를 길게 쭉 늘여 뽑아야 했습니다. 마치 잘 늘어나는 엿가락처럼요. LG는 싸이언 시리즈가 있는데 이어폰이 안테나 역할을 했었습니다. 즉 DMB를 보려면 반드시 안테나를 꽂아야만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늘날의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는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DMB 기기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DMB라는게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 전 설레였습니다. TV수신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개봉해보니 이건 뭐... 빛 좋은 개살구였던거죠. 이 시기와 맞물려 아예 DMB를 전문으로 시청 가능한 전용 기기도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흥행 참패!

 

지금은 YouTube + OTT

텔레비전으로만 방송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라 PC로 방송을 볼 수 있는게 너무나도 신기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과거의 유물일 뿐이죠.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LTE가 널리 보급됨과 동시에 이제 언제 어디에서든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똥싸면서 볼 수도 있고 반신욕을 하면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아이폰의 탄생이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아이폰이라는 최초 스마트폰이 탄생됨에 따라 앱이라는 개념이 급부상하고 그에 따라서 개인용 플랫폼이 급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티미디어는 빠르게 변해갔고 결국 과거 TV수신카드를 대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모두 스마트폰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실시간 방송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원하는 시간에, 또 원하는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지나간 방송은 재방송을 하는 날 까지 기다리는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습니다. 어제 그 방송 봤느냐면서 웃고 떠들던 시절이 지금은 SNS에서 해당 방송 장면을 공유하면서 채팅으로 떠드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TV 수신료가 아닌 OTT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월 얼마를 주고 이용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그냥 추억 삼아서 저렴이 TV수신카드를 추억삼아 본체에 장착해보고 싶어지는군요. 아마 그 어린 중학교 시절 구매를 하지 못한 한이 살짝 남아서 그런 듯 싶습니다. 어차피 전 TV를 잘 안 봅니다. 방송 콘텐츠 자체를 거의 소비하지 않죠. 그냥 추억 이야기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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