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욕 하는 사람을 되게 싫어합니다. PC방에서,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욕!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직 미성년인 사람들이 많이 사용 하고 있습니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쓰겠지요. 대학생들이라고 안 쓸까요? 많이 씁니다. 저는 카페를 자주 가는 편 입니다. 카페에서도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는거 들어보면 X발 X발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무슨 판소리 추임새처럼 넣습니다. 일상 생활속에 뿌리깊에 자리잡힌 욕, 정말 안 하면 대화가 안 되는 걸까요?
한국 영화는 절반이 욕
한국 영화는 유난히 조폭과 관련된 영화가 많습니다. 왜 이런 조폭 관련된 영화가 많이 나오는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수익 때문에 그러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평타는 치니까 자꾸 이런 소재의 영화만 자주 개봉되는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 바로 욕 입니다. 얼마전에 타짜3를 봤습니다. X발로 시작해서 X발로 끝나더군요. 욕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영화는 못 만드나 봅니다. 정말 듣기 거북하고 짜증났습니다. 억지로 강한 캐릭터 인상을 주고 싶어서 욕을 사용하는건가요? 소재가 도박과 관련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요? 이해가 안 됩니다. 이래서 한국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애들이 그대로 보고 배운다!
습관은 무섭습니다. 욕들로 가득한 콘텐츠가 소비가 되기 시작하면 알게모르게 학습이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합리화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에 스며듭니다. 요즘 유튜버로 진출하는 1인 크리에이터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직 인성이 덜 된 사람들도 너무 많구요. 말을 막되먹게 하면서 아주 저질 콘텐츠를 양성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 당장 문제가 터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어린 학생들은 이게 현실이고 자연스러운 콘텐츠로 자리메김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들을 그대로 배웁니다. "욕은 나쁜거야" 라고 하는 강한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잡혀 있다면 모를까, 요즘 선생님이며 주변 어른들이며 누가 이런거 지적해줍니까? 다들 자기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말입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요.
욕은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러를 부수는 행위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이미지는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으로... (출처 : 픽사베이)
사람은 저마다 감정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근데 욕을 자주 사용하면 몸에 점점 익숙하게 됩니다. 알다시피 욕이란건 감성이 이성을 앞질렀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게 보통입니다. 제가 욕을 안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기 싫어서 입니다.
제 아버지는 욕을 많이 하는 부정의 아이콘 입니다. 그도 그럴만한게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부쩍 심해진 행동 중 하나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푸는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말만하면 욕 입니다. 그래서 저는 욕을 증오하며 난 절대 욕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해 왔습니다. 아버지 뿐만 아닙니다. 그동안 사회 생활을 해오면서 욕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 치고 괜찮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욕을 자주 하는 사람은 늘 감정적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절대로 나는 저렇게 추하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말끝마다 욕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인지 의식도 못 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이 많이 그럽니다. 대학생들도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욕을 평소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면 꼭 앞으로는 말할 때 많이 의식해서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뭐든 신경써서 못 고치는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은 쉽게 배워지면서 동시에 쉽게 버려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노력 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이녀석이 욕이 부쩍 늘었습니다. 원래 욕을 잘 안 하던 친구였어요. "너 왜이렇게 말 끝마다 욕을 하고 그러냐?" 라고 물으니까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내가 욕을 했다고?!"
본인도 모릅니다. 말끝마다 욕을 하는 것을요. 맞습니다. 이게 습관이 되면 자기 자신도 모릅니다. 정말 무서운거죠. 세뇌란 간장게장과 같습니다. 욕이라는 간장에 내 몸이 장시간 담가지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잠식됩니다. 이윽고 욕쟁이 간장게장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원래 욕도 잘 안하고 얌전하던 친구였습니다. 오랜만에 PC방에 갔는데 욕을 하면서 성격도 다소 거칠어진걸 느꼈습니다. 욕이 자신의 감정 컨트롤러를 부수고 있던 겁니다.
유머러스한 내용에도 자연스럽게 욕이 들어가
인스타그램을 자주 합니다. 유머 계정에 올라오는 썰 이야기들 중에서도 욕이 종종 눈에 보입니다. 그 욕이 분명 나쁜 의미의 욕은 아닌걸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욕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해 버리면 그것대로 또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됩니다. 방금도 말씀드렸죠? 나쁜건 쉽게 전염된다구요. 유머건 뭐건 어떤 콘텐츠에서던지 욕과 관련된 키워드, 워딩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 없어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욕 없는 세상을 꿈꾸며... (출처 : 픽사베이)
충남대 궁동 로데오거리를 돌아다니면 욕이 들어간 대화를 심심찮게 엿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X발, 거기서 만나. X발. 내가 X나 X발 레포트 겨우 썼지. X발." 뭐 대충 이런 패턴으로요. 충대 뿐이겠어요? 다른 대학로도 뭐 엇비슷할겁니다. 이런 문화가 뿌리깊게 박혔기 때문에 욕이 난무하는 영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한건지, 영화로 인해서 욕하는 일상 생활이 번지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건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예민한게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둔한겁니다. 욕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욕이 없어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벌새라는 영화도 봤습니다. 여기에서도 아주 소량의 욕이 살짝 나오긴 하지만, 타짜3에 비하면 아주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척 집중해서 봤어요. 욕이 없으니 분위기가 산만하지 않고 더 잔잔해서 좋았습니다. 타짜같은 영화는 욕이 빠질 수 없는 영화여서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감독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타짜1편과 비교해봐도 3편에서는 욕이 확 늘었습니다. 같은 장르여도 충분히 불필요한 욕들은 제거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은 감독이라면, 그리고 대중을 생각하는 감독이라면,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감독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영화를 제작하실거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욕이 난무하는 조폭 관련 한국영화는 안 볼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