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황금풍뎅이 인 줄 알았어요. 거의 항공기 소리가 들렸거든요. 아시다시피 커다란 딱정벌레과 애들이 날아다니면 우우우웅~ 하는 날개짓 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매우 둔하게 날기 때문에 자율비행 중 쉽게 낚아 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비행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날개 대비 덩치가 크기에 장시간 비행은 무리라고 보여져요. 그렇기때문에 안착할 수 있는 적당한 활주로가 보이면 바로 착륙합니다.
얘가 바로 장수풍뎅이 암놈입니다. 숫놈은 여러분들도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무기를 머리에 달고 있습니다. 이게 장수풍뎅이 암놈과 숫놈의 외형적 큰 차이에요. 지금 이 녀석은 뿔이 없으니 암놈 맞습니다.
촉각을 경험해보기 위해서 제 손등에 올려놨습니다. 아 근데 역시 장수풍뎅이는 굉장했습니다. 힘이 어우~ 장난 아닙니다. 아니 암놈 힘이 숫놈보다 더 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일텐데 다리 부분에 엄청난 가시들이 있어요. 장미의 줄기에 솟아있는 가시만큼의 날카로움을 자랑합니다. 되게 아파요.
그리고 딱정벌레과들의 공통 옵션인지 모르겠는데 이 녀석도 자꾸 높은 곳을 향해 올라옵니다. 팔을 들면 위/아래가 반대가 되니 다시 손 끝을 향해 올라갑니다. 즉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얘들은 정상에 다다르면 비행 준비를 합니다. 날개를 덮어 보호해주고 있는 키틴 재질의 딱딱한 껍질을 좌/우로 재껴주고 속에 숨겨져 있던 날개를 힘차게 휘저으며 항공기 소리와 함께 날아갑니다. 참 신기한 생명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르고 올라 어느덧 제 어깨까지 도착했습니다. 녀석은 여기가 정상이라고 판단했는지 날개를 펴고 부웅~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진 못 했어요. 그저 저~ 쯤 떨어진 곳에 가서 부딫히고 다시 추락해 버렸습니다. 부디 녀석이 이 험란한 도심지에서 잘 서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남겨봅니다. 혹시라도 이렇게 생긴 녀석을 발견하면 너무 싫어하진 말아주세요. 아~ 장수풍뎅이구나~ 하시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곤충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크니까 무조건 유해 곤충인 줄 아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모르는건 죄가 맞습니다. 이제 이 글을 보셨고 이렇게 생긴 곤충은 장수풍뎅이라는것도 알게 되셨으니 된 거 아니겠습니까? 곤충이든 동물이든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지구에 없었으면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