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독서 후기를 이제서야 남깁니다. 여명기라고 하면 보통은 새로운 희망찬 시작이라는 의미로 알고 계시겠으나, 제가 읽은 여명기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발음은 같지만 제목에도 언급했듯 한자가 달라요. 女命記를 직역하면 여성의 목숨을 기록이라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이 책은 여성 서사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웹툰보다는 카카오웹툰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생활툰 위주로 말이죠.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이라던지 아오링 도쿄를 매우 재밌게 보고 있고 뽀짜툰은 아무래도 시즌이 오래될수록 같이 지내는 냥이들도 이제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 참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꼬박꼬박 챙겨보고요. 네이버웹툰은... 하아 썸네일만 봐도 지친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양산형 웹툰이 많아요. 아무래도 돈 되는 작품들 위주로 올려놓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카오도 뭐 비슷하긴한데 그래도 네이버보단 나은 것 같습니다.

 

12명의 여성 작가분들께서 각자의 작품을 담아 모두 한 권으로 엮었습니다. 처음에는 클라우드 펀딩으로 2권짜리로 만들었었다가 단행본으로 정식 출시가 되면서 아예 한 권으로 합쳐졌어요. 그래서 굉장히 두껍습니다. 만화가 두껍다는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그만큼 읽고 볼 거리가 많을거라는 증거니까요.

 

남자인 제가 왜 이런 만화를 보는 것이냐고 설마... 설마?!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유니섹스 시대이며 콘텐츠의 다양화가 존중되는 세상입니다. 아시잖아요? 지금까지 줄기차게 소년만화가 연재되었고 현재 진행형이죠. 여전히 소년 만화는 만화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요. 이런 비좁은 만화/애니메이션 세상에서 당당하게 여성 작가분들의 여성서사를 담은 내용이 나온 겁니다.

 

이 작품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냥 단순해요. 여기 담겨있는 분들의 생각을 한번 알아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이 분들께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원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생활툰을 좋아하는건지도 몰라요. 생활툰은 100% 작가님의 경험과 생각이 들어있잖아요. 직관적으로 말이죠.

 

그림 실력은 모두 훌륭합니다. 감히 제가 평가를 하자면 역시 프로 작가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 흐름도 매끄럽습니다. 여기에 실린 12인 작가님들 중에서 한 분은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요. 내용들을 하나 하나 말할수는 없지만 다 읽고나서의 느낌은 「내용이 참 깨끗하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순수가 아니라 클린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긴 하는데 여전히 많은 작품에서는 여성이 샤워하는 장면, 성희롱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장난식으로 표현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게 그냥 보통(Normal)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기에 이런 일들을 현실까지 끌고오는 경우가 많죠.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둥, 철이 없다는 둥, 성욕을 참을 수 없다는 둥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 오염 범벅인 작품들 사이에 이 책을 만났으니 그래서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보고 배울점도 많습니다. 기술적으로 말이죠. 저도 언젠가는 개인 작품을 한번 만들고 싶은데 인물들의 스토리 흐름에 따라 컷신을 어떻게 배열하고 구성했는지를 12인 작가님들마다 다르기에 12가지의 기법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웹툰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도 분명 도움 되는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출판만화도 배우면 웹툰을 그릴 때 반드시 도움 됩니다. 저처럼 웹툰 시장의 그저 그런 내용들에 지쳤다면 저는 여명기를 추천합니다. 오늘 내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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