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알리 삼매경에 빠집니다. 온라인 1:1 교육때도 밝힌 바 있고 오프라인 교육때도 참여해주시는 분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알리익스프레스 쇼핑입니다. 저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며 동시에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는 해외직구 사이트지요. 물론 그 즐거움을 돈으로 구매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즐거움은 돈으로 사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간다던지, 맛있는 것을 먹는것들은 모두 다 소비와 직결된 것들이죠. 아무튼 이런 알리 쇼핑을 밥먹듯 하나보니 이제 화폐 단위를 한국돈인 원(₩)이 아닌, 미국 화폐인 달러($)로 보는게 훨씬 더 편해졌습니다.
달러가 편해
물론 정확한 한국 돈으로 환산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는 한 방에 파악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저기 육각형 텐트의 경우 47달러라고 되어있으니 한국 돈으로 약 60,000원 정도 하겠거니 싶습니다. 실제로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의 환율로 계산된 결과가 약 65,000원 정도로 측정되는군요.
「그러면 아예 한국 돈으로 변환해서 살펴보는게 계산도 안 하고 더 편하지 않나?!」
아마 이런 의문이 생기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을 것 같군요. 저 역시 어느순간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알리익스프레스의 개인설정창에는 이렇게 배송 국가, 언어, 통화 단위를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통화를 KRW로 해두면 모든 제품의 가격 표시가 한국 돈으로 출력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달러가 편해졌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근데 진지하게 따져보면 별다른 큰 이유는 없는 듯 합니다. 그냥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게 될 것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는 원리라는 것입니다. 저의 최초 해외직구 사이트는 아마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곳에서의 단위는 당연히 모두 달러였기 때문에 가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들락날락하고 눈에 익숙해지다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죠.
한국돈 단위는 너무 0이 많아...
달러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한국 화폐 단위를 살펴보면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지나치게 0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0이 한국보다는 작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빠르고 쉽게 파악이 가능한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그러니까 정확히는 거의 유치원을 다니는 나이 즈음에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새우깡을 단돈 100원에 구매하는 시대였습니다. 천원이 넘는 제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구매하는 카테고리에 한해서지만요. 초등학교 시절 버스 이용료가 160원이었습니다. 택시의 기본 요금이 800원이었죠. 그러다 세월이 훌쩍 흘러 지금은 거의 10배 가까이 물가가 상승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0도 더 늘어나 버렸어요. 그렇기에 현재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0이 너무 쓸데없이 많기 때문에 금액 파악에 어려움이 있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레벨 압축을 했나?!
뜬금없지만 온라인 게임 얘기를 살짝 해보겠습니다.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하 : 와우) 경우입니다. 이 게임은 새로운 확장팩을 오픈할때마다 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그만큼 게임 인지도가 엄청 크다는 소리죠. 팬층도 전세계에 다양하게 분포해 있구요. 와우의 게임 퀄리티는 요즘 출시하는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게임 세계관과 스토리가 정말 작살나는 게임입니다.
아무튼 이런 와우는 지금까지 총 9개의 확장팩을 발표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용군단을 발표했으며 한국 게이머들은 어서 빨리 용군단이 정식 오픈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죠. 확장팩이 발표되면 새로운 장비와 최대 레벨이 상승합니다. 그만큼 캐릭터 영웅의 능력치도 같이 상승하게 됩니다. 능력치의 상승이라함은 숫자의 증가입니다. 공격력이 50이었던 캐릭터가 9개의 확장팩동안 500까지 늘어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이 와우 개발진 측에서도 불편했던건지, 아니면 단순 숫자 늘리기가 지루했던건지는 몰라도 와우 8번째 확장팩인 어둠땅에서 레벨 압축을 진행하게 됩니다. 레벨의 압축이라는건 말그대로 많은 레벨의 단계를 줄이는 변화를 말합니다. 이렇게되면 플레이어도 빠른 시일 내에 만렙을 찍을 수 있어서 좋고 숫자도 간결해져서 좋습니다.
레벨 압축은 모든 아이템이나 공격력의 수치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저는 격전의 아제로스까지 유료 결제를 하며 와우를 플레이 했었는데 그때는 무기 아이템 공격력이 천단위가 넘어가는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레벨 압축 이후 지금의 와우는 공격력의 숫자가 상당히 간결해졌죠. 아무래도 숫자 단위가 적으면 내 캐릭터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상대 몬스터와 비교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또한 어느 아이템이 더 좋은지에 대한 비교도 빨라지죠.
한국 화폐도 압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한국도 이와 같은 고민이 이루어졌고 아직까지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OECD 가입 국가 중 4자릿수 환율을 가진 나라는 한국 뿐입니다. 물론 화폐 압축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부작용도 있다고 하죠. 대표적으로 물가상승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 사람이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경우입니다. 0이 하나 빠지니까 마치 가격이 모두 저렴하게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돈을 막 쓰게 되죠. 물론 일본 돈의 가치를 알고 구매합니다. 하지만 왠지 0이 하나가 더 없으니 「한국보다 저렴하다」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기존 가치 대비 조금 더 올려서 마치 싸게 보이는 착시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장점도 있습니다. 시장 경제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초반에만 그럴거고 화폐 압축 이후에는 아마 다시 원래의 소비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일부 카페에서는 이미 이런 한국 화폐를 압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한번쯤 경험해 보셨을 거에요. 4,500원 짜리 아메리카노가 메뉴판에는 4.5 라고만 표시가 되어있는 경우를 말입니다. 저는 꽤 여러번 겪었거든요. 그런데 놀라운건 전혀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4.5니까 45,000원은 당연히 아닐것이고 그렇다고 450원은 더더욱 아니니 4,500원이겠거니~ 라는 결론에 자동 도달합니다. 현재 한국의 수 많은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메리카노의 대략적인 평균 가격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4.5라는 숫자로 압축을 해도 해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터키의 경우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성공 국가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 수치만을 변화시키는것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위에서 예시로 들었던 카페 메뉴판이 딱 이런 경우입니다.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4.5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터키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국가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북한도 화폐 개혁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요. 때문에 한국도 만약 리디노미네이션을 제대로 도입하려면 터키의 사례를 잘 본받아 발전시킬건 더욱 발전시키고 부작용은 사전에 철저히 하여 지나친 물가 상승을 최대한 막아야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원은 적고 사람만 많은 곳이라 돈이 되면 뭐든지 서슴치 않는, 즉 물불 안 가리고 돈을 좆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나라여서 리디노미네이션이 쉽지많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한국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나라라는 평가가 자자하니까요. 마약이 왜 유통되겠어요? 돈이 되니까 돈에 혈안된 미개한 인간들이 「다른 국민이 피해를 보든 안 보든 난 상관없고 돈만 벌면 되지롱!」 마인드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화폐 압축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건 곧 국민성과 직결된 문제거든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