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때는 2022년 3월 21일 저녁! 남동생놈이 감기몸살 기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때는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습니다. 녀석은 헬스로 다져진 몸에 매우 건강하였기에 코로나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월 22일 자정이 넘고 새벽 두시 쯤.... 저에게 이상 현상이 찾아옵니다.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해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약간의 기침도 슬슬 내벹기 시작합니다.

 

'...?! 어...? 이거 서... 설마?!'

 

아하... 안 좋은 기분이 듭니다. 드디어 우리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릅니다.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기에 마음속으로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남동생은 아침에도 차도가 없었고 결국 연차를 내 병원을 가보기로 합니다. 이때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가 무료로 가능했습니다. 저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검사가 가능했습니다.

 

신속항원 검사

9시 진료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대기 인원이 10명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진짜 사람 많았습니다. 이 병원에 처음 오는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나 많은 환자가 대기한적은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접수를 했고 항원검사하러 오셨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한 40분 정도가 지났을까요? 드디어 차례가 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코로나 검사입니다. PCR은 아니지만 이것도 코를 딮하게 쑤셔넣더군요. 와~ 영화나 드라마에서 중환자 코에 산소 호흡기를 꽂아두지 않습니까? 그때 그 산소호흡기 호스가 이정도로 콧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일까하고 순간 상상했습니다. 엄청 아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았구요. 그냥 목과 코 사이에 건조한 솜이 슥삭슥삭 닦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뭔가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5분 정도 복도 의자에 앉아서 대기해 주세요."

 

간호사님의 지시에 바로 지정석에 착석해서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5분 정도 지나고 드디어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명 나는 양성이겠지...'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결과 발표를 들었습니다. 남동생은 역시 코로나였던 것입니다. 양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의외로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남동생은 본인이 어쩌다 걸린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저 또한 왜 음성인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설마 이것이 3차 백신의 힘...?!'

 

아직 몸둥이가 덜 아픈 탓인지 별별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남동생은 회사에 사실을 알렸고 바로 격리 모드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무척이나 좁기에 딱히 격리할만한 공간이 못 됩니다. 방이 두개가 있긴 하지만 하나는 제가 쓰고 있고 다른 하나는 거의 창고용으로 활용중입니다. 그 방의 짐을 임시로 치우고 그곳에 격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장실은 하나인데다 이미 어제 저녁에 가족 모두 같은 상에서 같은 밥과 반찬을 공유했기에 어쩌면 격리가 늦어진 것일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제가 음성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남동생과 똑같은 증상이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증상이 나와도 양성 판정이 늦게 뜨는 경우도 있다는 사례도 있으니까요. 사실상 저도 격리 대상인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참 억울해졌습니다. 전 아싸이기에 딱히 밖에 나갈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 달에 많아야 한두번 정도랄까요? 나머지는 모두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렇게 은둔 생활을 해도 결국 완전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닌 이상 반드시 누군가와 동선은 겹치기 마련일 것입니다. 그때 딱! 재수없게 오미크론에 노출이 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남동생은 직장인인지라 지금 오미크론 환자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이때 안 걸릴수가 없었던 것일겁니다. 그동안 잘 방어했지만 역시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 확진자가 치솟는 지금 시국에는 피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입니다.

 

코로나 환자로 판정이 나면 이렇게 당사자에게 문자로 격리 통지서가 발송됩니다. 녀석은 이제부터 헬스도 못 나가고 그 좁은 방 안에서 5일간 셀프 구금 상태로 지내야 합니다. 녀석은 한숨을 푹 쉬면서 근심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격리가 걱정인게 아니고 어머니나 저에게 전염을 시킬까봐에 대한 두려움일 것입니다.

 

처음으로 PCR 검사를 받다

동거인 중 확진자가 나오면 동거인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직장에서 하루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고 있었으므로 저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바로 다음날인 23일에 검사를 받기로 합니다.

 

'나도 드디어 PCR 이라는 것을 받아보는 것인가...?!'

 

영원히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던 PCR검사, 결국 피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당히 맞서 싸워 줄 것입니다. 집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았고 대기 시간 없이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당시에는 확진자가 너무나도 많이 속출했기에 검사를 아무나 받을 수 없도록 변경된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PCR은 신속항원검사보다 덜 깊숙히 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입 안쪽까지 면봉을 들이댈줄은 상상을 못 했습니다. 코만 신경썼지 입 속은 신경쓰지 않았으니까요. 혹시 몰라 양치질을 하고 와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는 다음 날 오전 8시쯤 나왔습니다. 음성이었습니다.

 

무서운 전염 속도

남동생의 자가 격리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셀프로 최대한 가족을 피하며 격리 비스무리하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PCR까지 음성이라지만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제 가족 삼인 모두 각자 따로 식사를 했습니다. 공동경비구역같은 화장실도 들어가기 전 손 소독과 손잡이 소독을 철저히 했고 사용한 도구들 또한 모두 소독 후 나왔습니다. 당연히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했으며 나름 철저한 위생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삼일이 흐른 25일 저녁...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어머니께서 감기 몸살 증상을 보이셨습니다. 약을 먹고 조금 좋아지던 저도 다시 이날 증상이 재발하였습니다. 이번엔 왠지 더 쎄게 찾아온 느낌입니다. 이건 빼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도 왠지 양성일 것 같았으며 저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응이 늦게 나타나기도 한다더니... 그게 저에게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습니다. 다음 날 바로 다시 병원을 찾았고 어머니와 함께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어머니마저 코로나 확진자가 되셨습니다. 당연히 저도 양성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전 음성이 나왔습니다. 대체 왜 나는 계속 음성인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3차 백신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도 3차 백신자였기에 이 주장은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가족 중 저만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역으로 방에 저 혼자만 격리 모드가 되었고 두 사람은 자유로이 집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배달 음식도 저만 시켜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좁은 집에서 영원한 격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동선이 겹치거나 같은 물건을 접촉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양성 판정은 사실상 확정 상태였습니다.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가족 중 양성 판정을 받으면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구성원 전체가 결국 양성이 떴기 때문에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고부터 조금씩 조금씩 건강을 되찾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침이 잘 낫지 않는다

약은 최대 5일치 이상은 처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방침이 그렇대요. 따라서 약을 다 먹고 5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습니다. 몸살은 많이 좋아졌는데 이놈의 감기가 진짜 잘 안 낫더라구요. 기침이 멈추질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콜록 콜록! 자기 전 콜록! 심지어 자다가도 기침 기운 때문에 깨곤 합니다.

 

'이것이 코로나 후유증인 것인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해 검사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침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남동생과 어머니도 몸살은 많이 좋아졌지만 기침이 계속되었습니다. 항원 검사는 이번에도 역시 음성이었습니다. 남의사 선생님께서는 혹시 모르니 PCR도 한번 더 받아보시고 만약 음성이면 폐사진도 한번 찍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두번째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여전히 음성이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고 남의사선생님 권유대로 이번에는 내과에 방문해서 X-Ray(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기로 결심합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지어준 약을 다 복용 후 4월 8일에 내과에 방문해서 폐사진을 찍었습니다. 기관지염으로 판명 났습니다. 기관지염이란 말그대로 폐 같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기관지염 뿐만 아니라 뭔가가 또 찍혔답니다. 근데 그게 뭔지는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과거 20대 넷웍마에 종사하던 시절, 그때도 기관지가 좋지 않아 기침이 잦았고 보건소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폐에 뭔가 상처같은 것이 찍혔던 경험이 있습니다. 혹시 폐렴일 수 있으니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 약은 자그마치 3개월치였습니다. 정말 지독하게 복용했죠. 이후 다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딱히 변화된 부분은 없었습니다. 아마 그 때의 그 흔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CT 촬영을 해보라고 권유 받았습니다.

 

'그래. 이참에 확실하게 알아내면 좋으니까 CT를 한번 찍어봐야겠다.'

 

처음으로 CT촬영을 받다

이 내과에는 CT촬영 시설이 없으므로 좀 더 큰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방문 전 CT촬영 가능 여부와 비용을 상담 받았고 바로 당일 촬영이 가능하다고 안내 받아서 11일에 CT 촬영을 받았습니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대기 환자도 훨씬 많았기에 검사 및 결과를 듣는 시간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큰 문제가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그 의심되는 부분은 무기폐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무기폐는 흔한 증상 중 하나인데 폐가 쪼그라들고 펼쳐지는 부분에서 일부가 제대로 덜 쪼그라들고 덜 펼쳐지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무기폐의 원인은 우려했던 폐렴이라던지 기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사고 후유증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무기폐라고해서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것은 아니라고 하는군요. 과거에 뭔가 병을 앓고 발생하는 후유증일수도 있다고 하지만 제 어릴적 생활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건 아니니 뭐가 원인이었던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큰 병이 아니어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그럼 무기폐 때문에 기침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이 질문에 의사선생님께서는 그럴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결론으로 확답해 주셨습니다. 아무튼 기관지염은 확실하니 이 CT판독 결과지를 현재 다니고 계시는 내과에 방문하시어 담당의에게 보여주고 약 처방을 받으라는 의사선생님의 마무리 멘트로 이번 CT촬영의 모든 과정은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현재 제 상태는요

내과에 방문해서 남의사 선생님께 검사지를 보여드렸고 큰 문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이야기와함께 기관지염 관련 처방도 함께 받았습니다. 이 기관지염 관련 처방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기침은 눈부시게 좋아졌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고있는 현재까지는 아직 완벽하게 낫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진짜 많이 좋아진건 사실입니다.

 

혹시 코로나 후유증인 기침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폐 사진을 한번 찍어보세요. 기관지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몸은 좋아졌는데 감기가 계속되는건 분명 몸 어딘가 고장이 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절대 없으므로 꼭 시간을 내어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몸은 이 세상 그 어디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최고의 1순위 자산입니다. 따라서 몸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세 번의 신속항원검사와 두 번의 PCR 검사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가족들은 현재 격리 해제가 된 상태입니다. 확진자 무리에서 끝까지 음성이었던 저는 정말로 슈퍼 면역자일까요? 이거이거 도전의식이 살짝 불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살짝 후회도 됩니다. 차라리 이렇게 된거 가족 모두 그냥 같이 밥도 먹고 격리도 하지 않아서 저 역시 양성 판정을 받을지에 대한 테스트를 해봤어야 했는데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겠죠? 농담입니다. 당연히 바이러스는 걸리지 않는게 훨씬 중요합니다. 건강한게 최고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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