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때는 어느 늦은 야심한 밤 이었습니다. 거의 자정에 가까웠었죠. 기억상으로는 여름이었습니다. 동네 마실을 나갔는데 하천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목격했습니다. 저 멀리서 뭔가 첨푸덩! 하는 소리였어요.


"오리녀석들 또 잠수하고 있나보군..."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하천길을 거닐고 있었는데, 뭔가 물살 가르는 소리도 들리고 잔잔한 물가에 살짝 살짝 물결도 제법 거세게 일어서 대체 뭐가 저렇게 고요한 물을 헤집어 놓고 있는건가 급 호기심이 땡겼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그 지점을 목격했고 바로 직감했습니다.


"어?! 수달인가?!"


막상 가까이 가니까 쥐죽은듯이 사라지고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 멀찌감치 떨어지면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수달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습니다.


동네 근처에 있는 대동천의 모습 입니다. 과거에는 진짜 더러웠습니다. 쓰레기도 많았구요. 80년대 후반부터 새마을 운동을 시작으로 하천 개량 공사를 마무리 지은 지금은 진짜 물이 깨끗해졌습니다. 물이 깨끗해지니 여러 생태계 생물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녀석은 오리입니다. 얘들은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습니다. 몰랐는데 오리 녀석들 겁나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비가 온 다음날에는 자라도 목격했던적이 있습니다. 물고기도 제법 돌아다니구요.


물고기가 있으니 이렇게 왜가리도 자주 목격됩니다. 하천이 깨끗해져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야간에 찍어서 화질이 별로 안 좋습니다. (죄송)


이 위치에서 수달의 움직임을 목격했습니다. 처음 수달을 목격했을 때 동생한테 잽싸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믿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자라를 목격했을 때도 안 믿어서 빨리 여기와보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그제서야 현장에 온 동생이 자기 눈으로 직접 자라를 봤을 때 '어, 진짜있네?' 하고 믿게 되었던 경험을 다시 각인시키며 이번에도 진짜라고 했지만... 쉽사리 믿지는 않았습니다. 건방진 녀석이죠.


어느날, 서울에 친효교육 때문에 대전역을 향해 대동천길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못 보던 안내판이 있어서 가보니 이렇게 수달 보호 안내판이 떡 하니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내가 본 게 진짜구나!"


전 확신을 했고 바로 이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줬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동생의 반응! 사람이 이렇게 진심을 다해 호소해도 믿지 않으면 이런 기분이 든다는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장하겠더군요. 저쪽은 살고 우리쪽은 안 산다니... 이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불과 100미터 정도의 차이밖에 안 나는데 무슨 수달 활동영역이 우리집 안방도 아니고~ 아무튼 이렇게 안 믿어주니 답답합니다. 다음번에는 내 기필코 목격하는 그 날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20.6.24 추가내용

드디어 목격했습니다. 영상 올립니다.


야간 촬영이라 화질이 안 좋아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직접 만나니까 너무 반가웠습니다.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대전시 대동천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 그리고 대전시민 여러분들, 이 세계는 인간만 사는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하천 주변에 절대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 그리고 야생동물들 괴롭히지 맙시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사람은 언젠가 천벌 받을거에요. 행여나 천연기념물 수달을 목격하시걸랑 그 귀여움을 그대로 감상만 하시고 그대로 내버려 두도록 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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