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책책책 카테고리를 개설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이 많지도 않죠. 그렇습니다. 저는 책을 잘 읽지 않는 한국인 중 한명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기필코 정독합니다. 주로 마음이 심란할 때 또는 마인드에 균열이 생겼을 때, 내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등등 책을 읽는 이유는 대체로 명확합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듯 결론은 나 자신을 위한 독서라고 해야 하겠군요. 출판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래도 글쓴이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많이 생각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리딩페미님의 「언니의 비밀계정」이라는 책은 딱 두 가지의 개념을 확실히 일깨워주었습니다.

 

1. 내가 남자라서 참 다행이다

2. 콘텐츠 속 여성이 아닌, 현실 여성의 삶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 책을 읽지도 않으신 분, 여성의 삶에 관심 없으신 분, 남초커뮤니티 회원분들은 제 글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살펴보셔도 헛소리로 인식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갈 길 가시면 됩니다. PC에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아무리 조립PC에 대해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따라서 본 글은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여성 인권에 관심 있으신 분들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책 이모저모

책 사이즈는 아담합니다. 그래서 휴대하기 좋습니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중이신 리딩페미님과 둘도 없는 아는 동생분과 마음의 편지를 주고 받았던 내용들을 하나로 엮어놓은 것입니다. 서로 주고받는 편지 내용의 형식이기에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으며 그야말로 술술 읽힙니다. 두 분의 비밀 일기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흥미진진했어요. 그리고 갑자기 부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이렇게 마음을 열고 내 솔직한 감정을 100%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생각해보니 가족한테조차 제 속마음을 완전 오픈하지는 않고 살고 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제 포지션에 위치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소울메이트가 한 명쯤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부러운 감정이 저절로 싹텄습니다.

 

편지 컨샙의 책이어서 그런지 책갈피에는 이렇게 작은 편지도 함께 동봉되어 있습니다. 독자에게까지 편지로 마음을 내비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현실 이야기

이 책은 김도치님과 서빈다님의 편지 내용이 오고가는데 각자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한국의 수많은 여성분들 중 두 사람의 이야기지만 결코 한 귀로 듣고 흘릴 수 없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남자인 제가 경험해본적도 없고 앞으로 겪을일은 절대 없겠지만, 만일 여자라면 이런 일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정도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있잖습니까? 흔히 이것을 우리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라고 부르고 있구요. 따라서 남성이라도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이 되었을 경우 공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저도 특히 저 「동일피드」라는 이야기가 확 와닿습니다. 저 역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불법 성인 광고도 많습니다. 해당 피드를 볼 때마다 열심히 신고를 넣고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돌아오는 답변은 "위반하지 않았다" 라는 내용입니다. 그에 반해 「한남」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게시물이 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만으로요. 반대로 남초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키워드로 「한녀」라는 게시물을 발견하게되면 신고한적도 많은데 이 경우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드가 짤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심도 없고 남초 커뮤니티에서 혐오 위주의 콘텐츠만 소비하는 일반 남성들은 당연히 이해할수도 없는 일이고 주작이라고 부정하는 것이겠지요.

 

책 선물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하셨는데 이것도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도 책을 쓴 인간으로서 그냥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김도치님은 평소 책을 무척 사랑하시기에 그 마음을 주변 지인분들에게 책으로 선물하시는 분이십니다. 저는 사실 한 번도 책 선물을 해본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제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IT관련 제품 선물은 해본적은 많습니다. 아무튼 책을 선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성한 내용이기에 유심히 읽어봤습니다. 언젠간 저도 누군가로부터 책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 반응해줘야 상대방이 기뻐할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책이든 IT 제품이든 선물을 했다는건 단순히 물건을 준 것이 아닌, 정성과 마음이 함께 들어있음을 알고 있기에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관심이 기본

서두 부분에서 관심 이야기를 언급했습니다. 이 책 또한 아마 남성보다는 여성분들께서 많이 읽어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한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남성이 몇이나 되겠어요? 거의 없겠죠. 당장 자신의 입에 풀칠하기도 벅찬데 타인의 라이프까지 고려하는건 상당히 어려운 일일겁니다. 어떻게보면 관심은 여유와 체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가 없는 사람은 관심있는 분야가 딱히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관심이 있어야 알아볼 자세가 갖춰지고 그렇게 시작해야 머릿속에 개념이 정리되면서 학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IT에 관심이 많습니다. 주변 지인 중 I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저 뿐입니다. 이런 제가 아무리 주변에 IT 관련 이슈라던지 제품 소개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도 들을척도 안합니다.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여러분들도 여성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신경 끄고 살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아는척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겁니다. IT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 요즘 제품이 어쩌구 저쩌구 떠들면 IT에 관심 많은 제가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지랄한다" 수준으로 인식하겠죠? 똑같습니다. 그리고 애당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말 하는 자세부터가 다릅니다. 겪어보니 그렇더군요. 관심 없는 사람들은 혐오에서 시작됩니다. 출발선이 다르더라구요. 그러니 관심을 가지는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분들 한번쯤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언니의 비밀계정,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언젠가는 소울메이트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허나 한달동안 거의 집에만 있는 제가 과연 이런 인연이 생길지는 모르겠네요. 확률이 매우 낮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끝.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