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발생한 일입니다. 모든 기기는 다 상황이 엇비슷합니다. 예고 없이 갑자기 고장납니다. 컴퓨터도 에어컨도 기기입니다. 컴퓨터 고장은 종종 겪어봤는데 이번에 에어컨이 갑자기 고장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집에서 사용중인 에어컨은 캐리어 제품으로 벽걸이 타입입니다. 모델명은 CS-061WRI입니다. 고장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갑자기 주황색 시계 아이콘이 깜박이며 작동을 멈춤
2. 전원을 끄고 다시 재가동해도 동일함
3. 찬바람은 전혀 나오지 않고 마치 송풍모드처럼 미지근한 바람만 나옴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그나마 천만 다행인건 오늘 낮 기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 이것은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에어컨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므로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니 재빨리 캐리어 AS를 신청해봅니다.
"아이구... 당분간 카페가서 작업해야 하나?"
싶었던 찰나! 캐리어 에어컨 담당 엔지니어로부터 전화가 왔고 오늘 방문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캐리어 에어컨이 이렇게나 신속할줄이야?!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니면 요즘 폭염 시즌이라서 고객들의 크레임이 극에 달하니 더 이상 시달리기 싫어서 속전속결로 AS 접수를 해결하려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아무튼 당일 접수, 당일 점검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뿜었습니다.
전화 안내 후 약 30분 정도 뒤에 수리 기사님께서 방문하셨고 에어컨을 살펴봅니다. 고장 증상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실외기를 보러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실외기의 소리를 들으시더니 딱 감이 잡히신 모양입니다. 저에게 설명을 해주십니다.
"실외기에는 콤프레셔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게 사람으로 비유하면 심장같은 것이에요. 차가운 가스를 에어컨으로 보내는 펌프인데 지금 소리를 들어보니 그 펌프가 동작하려다가 멈추는 것 같아요. 뭔가 우웅~ 하다가 틱! 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자세히 들어보니 실제로 그러하였습니다. 동작을 하다가 뭔가 틱! 하면서 작동을 중지하는 소음이 들렸습니다. 에어컨 컴프레셔가 원인이라는것을 의심했으니 이제 수리에 대한 안내를 해주십니다.
"이 콤프레셔의 고장 원인 중 90%가 콘덴서입니다."
에어컨 실외기 콘덴서
콘덴서가 무엇인지 직접 육안으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캐리어 실외기는 윗 커버가 간단히 분리되는 구조였군요! 이제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저도 분해할 수 있겠습니다. 저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콘덴서입니다.
이 둥그런 녀석만 새 것으로 교체하면 다시 동작할 것이라는 겁니다. 실체를 알고보니 뭔가 참 허망하더군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면 직접 교체하기로 말입니다. 교체 방법은 매우 쉽습니다. 콘덴서를 고정하고 있는 지지대만 풀어주면 되고 노란색 부분의 단자들만 제거해주면 됩니다. 단 분리 전에 노란 단자에 연결되어 있는 각각의 선을 사진으로 미리 찍어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원위치에 그대로 놓아야 하니까요.
또한 콘덴서에는 용량이라는게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 있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죠. 이 녀석은 15uF 짜리로군요. 따라서 별도 구매를 할 때는 꼭 15uF로 맞춰 구매하면 되겠습니다. 추가로 더 검색해 알아보니 u가 사실은 마이크로를 표기하는 특수 기호인데 그냥 편의상 u로 작성한다는군요. F는 패럿이라는 단위인데 전기쪽을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다소 생소한 단위이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그냥 생략합니다. 그냥 저 녀석이 원인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도 다음에는 직접 자가수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에어컨 콘덴서 역할
콤프레셔는 모터입니다. 모터는 회전력이 생명이겠죠? 그리고 순간적으로 냉매 가스를 에어컨 본체까지 강력하게 보내줘야 합니다. 심장으로 비유하면 순간 펌핑으로 온 몸에 건강한 피를 순환시켜줘야 하는 것 처럼요. 하지만 모터 특성상 처음부터 세게 돌기는 힘이 듭니다. 선풍기를 생각해 보세요. 처음부터 세게 돌지 않고 점차 회전속도가 증가하죠. 콘덴서는 콤프레셔가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메인보드같은 PCB 회로에도 콘덴서라는 부품이 들어갑니다. 이런 PCB 회로에서의 콘덴서는 전압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경우 축전을 하고, 반대로 전압이 낮게 공급되는 경우 방전을 하여 회로 전체의 전압 및 전류 공급을 늘 일정하게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의 콘덴서는 에어컨같은 냉각 장치의 콘덴서와 다소 다른 역할이지만 원리는 비슷합니다.
예전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할때 SMPS(전원공급장치)가 내장되어있는 모니터가 켜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수리를 많이 했었습니다. 모니터에 전원 공급을 할 때 별도의 어뎁터가 제공되지 않는 제품들은 십중팔구 전원공급 어뎁터가 모니터에 내장된 제품들입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패널이 고장나는 경우도 있으나 의외로 전원공급PCB에 고정되어있는 콘덴서들 중 일부가 수명이 다 되어 터지는 경우입니다. 여러개 중 한 개라도 뭔가 불룩하게 솟은게 있다면 그건 터진겁니다. 용량에 맞는 새 콘덴서로 교체해주면 모니터가 다시 정상 가동할때가 많았지요. 이번 에어컨 콘덴서 교체를 진행하면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한편으로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살짝 자신감이 생겼죠. 다음부터는 무조건 자가교체를 할 겁니다.
콘덴서는 별도로 판매하나?
AS 완료 후 바로 콘덴서 검색을 해봅니다. 역시 별도로 판매 중이었습니다. 가격이 진짜 저렴합니다. 이렇게 정식 출장 서비스를 부르게되면 무상 보증 기간이 아닌 이상은 출장비 + 공임비 + 부품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번에 큰 경험을 했다는 경험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납부했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나니 역시 속이 쓰리긴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다음부터는 제가 셀프 교체를 할 것입니다. 물론 에어컨 고장 증상이 단순히 콘덴서만 있는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덴서가 은근히 고장 원인이 많으므로 저렴한 비용을 투자해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