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효자손 취미생활

최근 맥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 퓨전드라이브 (Fusion Drive) 가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건지에 대해서 좀 조사를 해봤습니다. 예전에 SSHD 라고 하는 SSD + HDD 조합의 장치가 있었는데 혹시 그거랑 비슷한건가 싶었어요. 근데 거의 비슷한게 맞습니다. 다만 퓨전드라이브는 운영체제인 맥OS에서 완벽한 컨트롤을 하기 때문에 기존 SSHD와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게 애플측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퓨전드라이브를 사용해 보시고 SSD와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맥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다시한번 우리를 놀라게 해줍니다. SSHD가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점입니다. 분명 SSD와 HDD의 두 개의 장점을 합쳤으니 더 성능이 좋아지겠거니 싶겠지만, 사실 이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혼종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기술을 살려줄 소프트웨어가 없었기 때문이죠.


씨게이트에서 만든 SSHD. 윈도우가 잘 컨트롤만 해줬더라면...?


하드웨어는 단독으로 사용이 안 됩니다. 반드시 이 기기를 움직여줄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필요한데, 그것을 우리는 소프트웨어라고 하죠. 사람의 몸이 하드웨어이고 생각하게 해주는 뇌가 소프트웨어와 비슷한 샘입니다. 근데 뇌가 따로 노니까 사람의 몸이 오작동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SSHD는 훌륭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이었지만, 프로그램의 부족함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 안타까운 존재죠.


물론 인텔에서도 RAID 라고 하는 기술을 통해서 두 하드를 마치 물리적으로 하나로 합쳐진 것 처럼 사용하는 기술을 진작에 내놓은바 있습니다. 사실 이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 보존에 있습니다. PC 사용에 있어서 개인 자료들은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중요도의 가치는 사람 개개인마다 다르겠죠? 회사의 경우는 기밀문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하나의 하드에 저장하는 것 보다는 두개의 하드에 동시다발적으로 나눠 저장된다면 훨씬 안전하겠죠. 그리고 두개가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마치 하나처럼 인식되어 사용되면 훨씬 관리하기가 쉬워집니다.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하나의 하드에 고스란히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RAID 기술은 사실 이런 부분에서 개발되어진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분께서 RAID 기술에 비교해서 설명해 놓으셨는데, 무엇때문인지는 알겠으나 RAID(레이드)와 퓨전드라이브 이 둘의 목적은 다르다고 판단되기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애플의 퓨전드라이브는 이 부분을 완벽하게 제어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사용자가 뭘 특별히 해야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탁월한 맥OS가 알아서 해줍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파일들을 SSD 영역인 플래시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나머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는 HDD 영역에 저장합니다. SSHD도 같은 원리인데, 윈도우가 이런 부분까지 관장하는 알고리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HDD때보다 더 버벅인다는 소문까지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을 할 때, SSHD가 장착된 제품을 직접 만져봤는데... 솔직히 형편없었습니다. 이럴바엔 그냥 하드를 쓰고말지 싶었죠.


그러나, 이렇게나 훌륭한 퓨전드라이브도 분명 한계는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한계죠. 제 아무리 똑똑한 소프트웨어라 할지라도, 하드웨어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피지컬적으로 평범한 몸뚱아리 보다는 헬스로 다져진 몸이 훨씬 파워풀하듯 말입니다. 그렇기에 유저들은 퓨전드라이브를 포기하고, SSD로 환승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애플 퓨전드라이브의 원리.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충분히 제어하여 성능이 뛰어나다.


그렇습니다. 제 아무리 퓨전드라이브도 당연히 SSD 환경만큼은 따라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멀티작업을 주로 하시는 사용자는 퓨전드라이브로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포토샵과 프리미어 프로같은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영상편집자의 경우라면 덩어리가 큰 동영상을 자주 사용하기에 HDD 영역에서 SSD 영역이 분주해집니다. 특히 영상은 덩어리가 크기에 여기에서 물리적인 한계에 부딫힐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동영상 파일 자체를 자주 다루는게 아닌데다 덩어리가 커서 이건 HDD 영역에 주로 저장되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버벅임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반면, 맥을 아주 단순하게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문서작업이라던지, 웹서핑 용도 정도로요. 이런 분들은 덩어리가 적은 이미지나, 문서 텍스트 파일들을 자주 다루기에 이런 데이터는 몽땅 SSD에 저장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 맥 퓨전드라이브는 정말 훌륭한 제품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쿵짝이 잘 맞기에 최적의 속도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해당 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볍게 쓴다면 퓨전드라이브 자체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좀 무겁게 사용하는 경우라면 SSD로 교체하시어 사용하시는게 낫겠습니다. 저처럼 블로그도 하고, 동영상 편집도 하고, 포토샵도 한다면 아무래도 SSD로 바꿔 사용하는게 낫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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